대학원 1학기 후기
대학원 첫학기 후기
지금은 종강 직후, 새해 다짐 쓰기 좋은 연초, 시즌이 돌아왔다.
이 맘때면 주변사람들이 넌지시 물어온다. 어떻게 대학원을 가려고 결정했냐, 대학원 어떻디.
원래 입시 후기든, 입사 후기든, 갓 들어간 사람한테 듣는 게 재밌기는 제일 재밌다.
이제 한 학기를 이수한 병아리 대학원생의 대학원 후기다.
나는 학부생 때(6학기, 7학기) 이미 대학원 과목 두 개를 들었다. 학점 인정도 안 되는 데 의무로 들어야 했음 아 빡쳐.
그때 얼추 대학원이 어떤 곳인지를 감으로 익혔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고딩들의 대학탐방 정도에 불과했다. 그 때 대학원 갈 생각 접었어야 했다.
대학원 생활이란 게 학부생 때 대학원 과목 미리 들을 때랑, 또 다르긴 하더라.
1. 글쓰기
Q : 대학원 가면 글 어떻게 써? 어렵게 써야하는 거 아닌가?
A : 누구나 읽기 쉽게, 쓰는 과정은 어렵게.
1.1 글쓰는 스타일그들집단만의용어쓰면서,꼴에전문적인느낌내는거싫어하는데.
일단뭐 학부생 때
‘
레포트
’라고 하던 것을,
다들
‘
페이퍼
’
라고부르긴하더라
. 그거나 그거나.
대학생의 레포트
:
두루뭉술하게 주제를 정하고, 관련정보를 막 끌어모아서, 주제에 걸맞게 조합한다.
그리고 내 생각을 곳곳에 끼워넣어 잘 버무린다. 그래서 7-10장까지도 그렇게 어렵진 않게 썼던 것 같다.
대학원생의 페이퍼 :
주제를 미친듯이 좁힌다
- 교수님 저 이 주제로 쓰려고 하는데
- ㄴㄴ. 너무 넓어.
- 이 정도면...?
- ㄴㄴ! 더 좁혀.
- ...쓰지말란 건가?
송곳날 면적같이 주제를 좁혔다고 해서, 내 생각이 그렇게 날카로워지는 건 아니다.
주제를 엄청나게 좁혔으니, 쓸 말이 엄청나
없다. 시간도 없다.
오로지 주제로 삼은 내 생각을 논증하는 문장으로만 종이를 채워나가야 한다.
13장짜리 글 쓰는데 꼬박 2주가 걸렸다.
예시)
대학자로 손꼽히는 학문왕 김학문 교수. 심지어 죽은 사람. 그의 주장은 정설이 되었고, 그의 권위는 학계에서 고전처럼 공고하다.
김학문 교수는,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살아온 가정환경을 보아야한다"고 주장했다.
나쁜 주제 1 : 김학문 교수 킹왕짱 오졌다리. 완전 다 맞는 말임. → 지 생각은 1도 없고, 찬성 동의 수긍 지지만 하고 끝나는 글.
나쁜 주제 2 : 김학문 교수 알고보니 사실 바보 멍청이임. 사람을 볼 때 가정환경 볼 필요 없음. 오로지 큰 사회에 나가서 얻는 경험만이 그 사람의 품성을 결정하지.
→ 대학자의 이론을 완전히 부정한다? 일단 내가 틀렸을 확률 102%다.
또 학계의 고전古典이 된 사람을 깔려면, 나도 그러한 위치에 올라야 한다.
일개 대학원생? 석사나 박사 과정생이 감히 깔 수 있는 정도면, 누구나 그를 다 깠을 것이다.
그리고 김학문이 대단한 데에는 필히 타당한 이유가 있다. 내가 겨우 열 댓 장의 페이퍼로 깔 수 있는 깊이가 아닌데 설레발 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내가 쉽게 생각해낼만한 김학문의 단점은 이미 학계에서 다 논의되었을 확률이 높다.
좋은 주제 : 몰라 히잉 암튼 나쁜 주제가 뭔지는 알아
교수님한테 닦이면서 깨우친 건 하나 있다
학부생의 글쓰기는 백 평의 땅에서 뭐라도 캐는 법을 배우는 것이고
석사생의 글쓰기는 천 평의 땅에서 십 평의 땅을 골라 거기서 뭐라도 스스로 경작해서 수확하는 것이다
그리고 난 아직 흙 파먹고 있다 ^0^ 헤헤
- 엘리아데.. 성과 속의 변증법...
- 설명해봐
- 엘리아데.. 에,,,에,,,엘ㄹ,,엘ㄹ렐ㄹ렐ㄹ
1.2 분량
학부에서 5장은 기말레포트다. 대학원에서 3-4장은 격주로 내는 짧은 쪽글이다.(어딜봐서).
대학원 기말레포트는 최소 10장이다.
물론1 전부 지 생각만 써야 한다.
물로2 난 못 한다.
1.3 '각주'
각주 달기 각주각주각주줒갖국자
각주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다.
“우리나라는 유교 문화의 나라다.”라는 문장을 썼다면, 왜 어떻게 그런 주장을 할 수 있는지 각주를 달아야함
다시 돌아온 왜 그렇게 생각했습니까? 의 지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