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기

이 교양 얼마에요?

1250 2014. 8. 19. 21:34

3,607,000원

돈귀신 대학이 나에게 요구하는 이번 학기 등록금이다. 내일 내러 가야함.

그나마 문과생이라서 제일 싸다. 이과가 더 비싸고 그 중에서 또 의대 애들은 어떻게 그 큰 돈을 매년 두 번씩이나 마련하는지.

학생이 무슨 원하는 만큼 돈꺼내주는 가오나시냐.

게다가 학교 입학할 때 무슨 입학금을 99만원씩이나 받아처먹는겨. 

입학식 가 보니까 두당 만원씩만 걷어도 니들 회식하고 남는 거 저금하겠다.


부모가 등록금을 갖다바치러 품 속에다 꽁꽁 돈 싸매고 은행가는 걸 보는 자식 맘은 이렇지.

한의원에서 침을 잘못 맞았나봐. 무슨 침? 의기소침.

내가 올라프도 아니고 내 전용 '장학금 압박 먹구름'을 몰고 다녀야 하니? 

그럼 뭐해. 교수님은 씨(C)뿌리는 농부인데.




학자금 대출? 대학 등록금 더 이상 걱정하지 마세요! 취직 후에 갚으세요? 

낭만의 캠퍼스 라이프를 대표하는 잔디밭같아도 그게 알고보면 썰린 갈대밭 같은기라. 

사회 초년생이 취직도 하기 전에 몇 천만원 빚더미에 앉는겨. 시집장가 갈 돈은 또 언제 벌고?


그래, 대학 등록금 얘기야 내가 중고딩 때도 늘 나오는 소리였지. 그래그래그래...

그런데

비싼 건 둘째 치고 그렇게 돈을 처 갖다바쳤으면 수업이라도 제대로 준비해놔야 하는게 예의 아닌가?


한 학기동안 듣고 싶었던 수업을 잃는 건 1초 안에 일어나는 일이다.

전공필수가 수강인원이 넘쳐서 한 학기를 더 다녀야 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한다.

이게 말이 돼요? 전공선택도 아니고 일반교양도 아니고 왜요? 왜? 전공필수 잖아요?


그렇기에 누구는 잠도 못 자고 오전 10시까지 기다려 수강신청이라는 전쟁터에 입장하러 가야한다.

이건 뭐, 어디선가 있을 보이지 않는 적의 손들로 둘러싸여 있으니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로구나?

그렇게 한 학기를 준비하는 발걸음은 심근경색(?)의 밑거름이 되어간다. 

아아, 1초에 전공과목 하나가, 1초에 점찍어두었던 교양과목 하나가 저 멀리 나가떨어집니다.


0.001초를 틈타서 승리한 사람들은 올킬(올클)을 외치며, 적진에 자신의 깃발을 꽂는 승리자처럼 시간표를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박아넣는다.

그린라이트를 원했지만 레드라이트를 받은 사람들도 차고 넘친다. 난 이제 2학기 생인데, 주변에서 올데스도 봤다.




그러면 데스를 당한 전사자들은 어디로 향하는가?

비싼 등록금을 내고 남들에게 과목을 넘겨달라며 구걸하는 거지가 되거나

헬이라고 소문나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과목들을 주우러 간다.




전공필수를 두고 씨름을 하는 것도 문제인데

수강신청을 하기 전 날부터 떨이 과목을 주우러 다녀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큰 문제다.

그 불쌍한 종족들이 바로, 누구나 한 번씩 거쳐갔을 '1학년'족이다.

메이플스토리를 시작하면 누구나 그 지겨운 메이플 아일랜드를 거쳐가야 하는데, 

대학에 다니기 위해 누구나 그 지겨운 필수교양을 들어야한다. 교양 국어 교양 영어 교양 수학 기타 등등..


대학가서 자기가 원하는 과목으로 시간표를 짤 환상을 꿈꾸며 공부하고 있을 고등학생들아! 그건 환상이란다. 

말이 시간표 짜는 거지 과목은 거의 다 정해져있으니까. 19년 교양과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도 안 된대. 또 교양들으래. 

짜증나서 1학기에 웬만한 필수교양을 다 쑤셔넣었다. 


그런데 이게 뭐람? 2학기에도 교양을 들어야 하게 생겼다.

우리 과 강의목록을 보니, 1학년에게 열리는 전공과목이 없다. ( 열려도 10명? 장난하냐? 여기가 시골 분교인줄 아냐 )

????????? 뭘 들으라는 거죠??????????

저기요, 학교야. 심지어 나 계열별 모집(단과대)으로 들어온 것도 아니고, 과 정해서 들어왔는데 전공을 안열어주면 어떡하냐고.

나는 복수전공할 과목으로 시간표를 채워넣었다만, 아직 복수전공을 정하지 못했거나 그런 생각을 못한 내 동기들의 시간표는

400만원짜리 교양 덩어리다. 와하하하하하하. 

400만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호홓호화하하핳

그 돈으로 유럽여행을 한 달 여유로이 다녀오는게 더 교양쌓이겠다.


그런데 선배들은 이렇게 말한다. "1학년때는 원래 다 그래~"

원래 그런 게 어딨어? 누구나 그 시절을 겪었다는 건, 다 그 불공평함에 원통해봤다는 건데 왜 안 고치려고 할까?

그건 아마도 내가 더 이상 1학년이 아니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뭐 고칠 수도 없으니까. 

학생회 모아서 소리높여 총장님 방문 뚜딜기면 뭐하냐. 

저어기 '대나무숲'에 가서 외쳐야지. 총장님 귀는 막귀~ 총장님 귀는 막귀~ 




결론, 대학은 썩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