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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스턴스>의 색깔들

1250 2025. 1. 28. 11:20

영화 <서브스턴스(Substance, 2024)>
직관적인 색깔로 시간과 주인공의 행보를 상징한다

 

1. 그 '물질'은 연두색

문제의 그 물질이다


서양권에서는 이런 인위적인 형광 연두색을 사악하고 위험한 것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1700년대 빅토리아 시대에 연두색 비소를 사용해서 오묘한 연두색을 만들어냈는데
그당시에는 비소가 독극물인지 모르고 색깔 이쁘다고 오만데 다 써대다가
사람들 죽어나가서 나중에야 그게 독인지 알게 된거다
그 이후로 비소 연두색 = 독극물 = 악당, 나쁜 것들의 상징이 되었다고..

<Wizard of Oz>, 서쪽 마녀 엘파바 (빌런)
<Lion King>, 스카 (빌런)
<Sleeping Beauty>, 초대 받지 못한 마녀 말레피션트 (빌런)
해골이 그려진 독극물의 색깔은 거의 연두색
녹조 라떼도... 괜히 싫어....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나뭇잎 연두색이 아니라
형광 연두색은 굉장히 인위적인 색깔로 보인다
마치 자연을 흉내냈지만 자연의 편안함은 결코 흉내낼 수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 '물질'은 색깔만 봐도 명백히 독극물이다
시간의 흐름을 역행하려는 욕망,
하나의 정신/하나의 몸을 가진 나를 두 개로 쪼개려는 인위적인 시도는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는 행위다

약물 색깔 봤으면 피했어야지

 

 

2. 시간의 신호등


2-1. 빨강, 핑크, 젊음

영화에서 핑크는 젊음을 상징한다

젊은 엘리자베스, 수의 상징컬러는 핑크
엘리자베스가 젊어지자마자 상점에서 바로 사 입은 옷이 핑크다
싱그럽고 사랑스럽고 생동감 넘치고 그자체로 예쁜 컬러로 묘사된다
수의 생기넘치고 하얀 피부, 밝은 갈색톤의 머리와 어우러져 
핑크는 더 화사해보인다

와 눈화장 핑크 강렬하다 근데 이걸 소화하네

 

수는 잠옷도 핑크여

 

 

 

연두색과 핑크에 대한 이해를 하고 나면
독극물과도 같은 약물(연두)로 젊어지려고 했던(핑크) 한 여자의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표현한 포스터로 보인다


그 젊어지려는 시도 자체도 자연과 자신을 역행하는 짓이었으니 형광 핑크로 표현했을지도?

 

나는 이 핑크가 신호등의 빨강에 해당한다고 본다
핑크 예쁘지 그 자체로 싱그럽지


그런데 조금만 짙게 보면 빨간색
신호등에서 '멈춤'을 의미하는 색이다
젊은 시절은 지나갔고 젊음을 되돌리려는 시도로 가면 안되는데
엘리자베스는 결국 빨간불로 가버렸다

 

맘에 드는 동창을 만나러 가기 전 한껏 꾸민 엘리자베스의 의상은 빨강색

강렬한 레드 드레스를 입고 맘에 드는 동창을 만나러 가려는 엘리자베스
이때 잠깐 원래의 자신으로 살아가보려는 마음을 먹었으나
자기에게 어울리지 않는 '젊음'을 덮어쓰려다가
자신의 몸뚱이로는 '빨간불'로 직행할 수 없음을 깨닫고
실망한 채 약속에 나가지 않는다

엘리자베스는 이때부터 자신을 극도로 혐오하기 시작한다
어울리지 않는 빨강에 자신을 욱여넣으려다
그게 되지 않으니 자신을 버린거다
빨강/핑크를 버렸어야지

 

2-2. 원래의 시간, 파랑, 자신


영화에서 파랑은 원래 엘리자베스 원형의 색이다
파랑은 신호등에서 출발, 순행, 가야하는 길과 가던 길로 그대로 흘러가는 신호다

억지로 빨강을 입으려하기 전에 엘리자베스는 파랑색이었다
첫 등장할때 파랑색 피트니스복 너무 이쁘고 잘 어울렸는데

근데 데미무어 61세 실화? 29세인 나보다 몸매 좋은데요 언니 겨울쿨톤이세요

 

 

늙어가는 자신의 몸뚱이를 미워하고 있으나,
이 장면에서 파랑 계열인 네이비 컬러가 찰떡같이 어울린다
보는 사람 입장에선
"이미 저렇게나 고급스럽고 아름다운데 왜 자신을 미워할까"
이런 생각이 들만큼 자연스럽게 잘 어울린다

하지만 그녀는 순조롭게 출발하라는 파랑 신호를 따르지 않고
빨강 신호로 역행하는 악수를 두고 만다


영화에서는 엘리자베스와 수를 파랑과 핑크로 대비하면서 보여준다

같은 포즈 다른 컬러 다른 매력

 

이 장면은 나중에 수가 핑크 옷을 입고 문을 열고 나오는 장면과 겹쳐진다


엘리자베스가 자신을 얼마나 혐오해가는지 보여주는 액자
파란 옷을 입은 자신을 하염없이 깨부수면서
점점 더 자신을 혐오해가며 무너지는 마음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엘리자베스는 파란 옷을 입은 (충분히 멋진) 자신은 보지 않고
핑크 옷을 입고 그 자리를 꿰찬 수의 옥외광고를 보면서 참고 견디며 살아간다

 

2-3. 노랑, 정지, 갈림길

영화 속에서 엘리자베스와 수는 둘다 한 코트만 입는다
그 놈의 노랑색 코트
아니 돈도 많을텐데 이거 하나밖에 안입는다
심지어 엘리자베스가 수가 되었을 때도 이거 입고 나간다
옷장에 옷도 많더만 외투를 입을 땐 왜 이 노란색 옷만 입는걸까

 

노란색은 신호등에서 잠시, 대기의 신호다
파랑과 빨강 사이, 순행과 멈춤 사이에 있는 중립의 신호이기도 하다

엘리자베스는 노란색 코트를 입고 리필을 받으러 갈때마다
언제든지 substance 서비스를 중단할 수 있었다
빨강의 신호로 들어가지 않고 다시 본래의 자신을 찾으면서 파랑의 신호를 따르기로 선택할 수 있는 상태

 

그리고 다시 돌아가 약물을 보자
약물은 yellow green

독극물이기만 한줄 알았던 그 물질
사실 이용자는 언제든 선택할 수 있었다
저 노랑 신호 위에서 자신으로 나아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