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교 출신의 대학원생이다. 그러니까, OO대학교를 대학생으로 졸업해서 OO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했다는 것이다. 

학부와 같은 대학 대학원에 진학하면 좋은 점이 몇가지 있다. 지도교수를 고를 때 좀 더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




지도교수를 고를 때


1. 세부전공하려는 분야

교수님의 세부전공 분야가 나의 그것과 일치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철학과라면 시작부터 동양 철학과 서양 철학의 갈래에서 멈추게 된다. 서양 철학 내에서도 고대 철학, 중세 철학, 근세, 근대, 현대까지... 세부전공은 나눠도 나눠도 끝이 없다. 그래서 석사 과정일 때는, 사실 대충 고르면 된다. 석사 과정에서 공부하다가 보면 석사 입학할 때 다짐했던 세부 전공 분야보다 다른 분야에 더 흥미를 느끼게 될 지도 모른다. 실제로, 아주 정확하게 자신의 세부전공분야를 대학원 입학 순간부터 찜하기란, 중학교 1학년에게 "너도 이제 어엿한 청소년이니 장래희망을 정해야지! 단, 이번에 정하면 절대 못바꿈!"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래도 최소한 중국 철학을 전공하겠다는 애가 서양 철학 분야로는 가진 말아야겠지.



Q : 우리 교수님이 석사는 지도교수 그런거 다 상관없다는데? 그냥 공부하는 방법만 익히는 거라는데?

A : 매우 옳은 말. 사실 내가 석사 과정에서 낑낑 대면서 공부하는 걸 교수님 입장에서 본다면, "허허, 인수분해가 어렵구나" 이런 뉘앙스다. 동양 철학 전공자로서 석사 과정에서 배우는 내용을, 서양 철학 전공 교수님이 나보다 훠얼씬 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석사 과정은 학자로서의 새내기 과정이다. 학부의 연장선이 아니라, 박사의 Pre-school 단계다. 어떻게 공부하는 것인지, 어떤 책을 봐야 하는지, 발제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세미나는 뭔지, 대학원생의 레포트와 논문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배운다. 지도교수를 누구를 고르든 석사 과정에선 별로 상관없다고 하는 가장 큰 이유다. 



그런데 바로 이 부분 때문에 중요하다. 학부에서 석사 과정으로 진학하면, 누구나 새로운 사회에 가면 그렇듯이, 혼란 그 자체다. 그 혼란은 내가 세부전공하려는 분야가 도대체 이 길이 맞긴 한지, 여기에서 더 파고 들 수 있는 부분이 어떤 게 있는지의 고민으로까지 이어진다. 

동양철학을 전공한 지도교수님께 "교수님 제가 동양철학을 전공하려고 왔는데, 맹자를 할지, 한비자를 할지 잘 모르겠어요." 라고 상담을 신청한다면, "하하 벌써 고민이 많구나. 맹자랑 한비자가 각각 어떤 매력이 있던 것 같던?"하며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된다. 상담 대화 중에 교수님의 일상과도 같은 전공 이야기가 중간중간 섞여 들어간다. 학문적인 얘기를 편하게 여러번 주고받을 수 있다. 

서양철학 전공 지도교수님께 이 얘기를 하면, 일단 교수님은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음, 진로에 대해 고민이 생겼구나. 일단은 기본기를 쌓는 것부터 잘하고 나중에 박사에서 결정해도 늦지 않아. 정 고민이라면, 김맹자 교수님께 상담이라도 신청해보면 어떻겠니? 그 분이 맹자 전공 하셨으니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구나." 라고 한다. 


같은 이유로, 책 추천받을 때도 좋다. 뭐 여러가지 이유로 세부전공 분야가 일치하는 교수님이 아닌 교수님보다 낫다.



우리 과 교수님은 열 명이 채 안 됐다. 내가 대학원에서 세부전공하고자 하는 분야의 교수님이 딱 한 분 계셨다. 별로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교수님 인성

"그 교수님은 강의력이 좀 ..ㅠ"

"아 진짜 수업 잠와"

"이 교수님 진짜 대박 잘가르치고 착하신듯!!! 완전 명강의야"

라고 학부생때 친구들과 얘기하고 놀던 내 주둥이를 털어야겠어!!!!!


교수들이 학부생과 대학원생에게 대하는 태도가 정말로 달랐다. 

교수 인성도, 능력도, 강의력도, 암튼 뭐 전부다 대학원생이 되면 여태 보지 못했던 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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