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 마지막 학기의 첫 주가 지나간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이번 학기가 마지막 학기가 되길 바란다.

논문 다 못 쓰면 망하는 거지, 뭐.


조기졸업하는 요건으로 입학했기 때문에  한 학기에 들어야하는 수업 수가 많았다.

석사 졸업 소요학점은 24학점.  9학점 + 9학점 + 6학점으로 나눴다.

세번째 학기이자 마지막 학기인 이번학기에는 드디어 두 과목만 수강한다.

두 과목 이라니;


대체로 학생들이 한 학기에 1~2개의 강의를 수강하는 것에 비하면 3개는 좀 힘들긴 했지.





대학원 학점 개념

*개별연구과목, 청강 등 제외. 일반적인 대학원 강의.


1과목(3학점) : 이번 학기는 보충 공부도 좀 하면서 보내려구.

2과목(6학점) : 보통. 학부생의 15-18학점 느낌.

3과목(9학점) : 헐?! 힘들겠다... 힘들면 한 과목 수강취소해...

4과목(12학점) : 죽으려고? 아니, 근데 수강이 가능하긴 해? (실제로 본 적 없음)




대학원 학점 개념(2)

대학원 강의 1개 ≒ 학부 강의 3-4개 정도

따라서, 

석사 수료 요건(24학점/2년)과  학사 수료 요건(130학점/4년)을 비교해보자면,

석사 학기당 8학점 ≒  학사 학기당 24-32학점 학사 학기당 16.25학점

이쯤 되겠다. 




 

 

연세O정신과 OO점에 갔다

정신과는 학교/집/직장 근처가 좋다

내가 괜찮아졌다고 아무리 우겨도 의사가 자꾸 부르기 때문이다ㅠㅠ

그럴 것 같아서 일부러 가까운데 갔는데 안 그래도 지금 매주 가고 있다

 

 

 

 

1. 공황장애 진단

저 병원 의사 선생님은 정말 친절한데 수납원이 좀 싸가지가 없다

사람에 대한 불쾌감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 뭐때문에 왔냐고 윽박지르는 수납원한테

뭐라고 해야할지부터 몰랐다 

셀프로 공황장애라서 왔다고 할 수도 없고 에이시발

 

의사선생님이 내 얘기를 아주 찬찬히 열심히 들어주더니 두 가지 검사를 하겠다고 했다

 

1) 컴퓨터 검사

맥박 재는 것 마냥 손목과 발목에 금속 집게를 집어놓고 뭘 측정하는 검사를 했다

아마도 이게 정신과에 있는 유일한 의료'기계'일 것이다

 

검사 당시 공황발작 상태가 아니었는데도 공황장애라는 진단이 나왔다

공황발작은 불안,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 감각이 무뎌지거나 죽고싶은 상태에 빠지는 것이고

공황장애는 이러한 발작이 여러 번 걸쳐 나타나는 병에 걸렸음을 말한다

 

공황발작이 기침이라면

공황장애는 감기인 셈이다

내가 기침을 하지 않는 동안에 감기에 안 걸려있는 것은 아니니까

 

컴퓨터 검사 결과 

- 부교감신경과 교감신경의 불균형[공황장애 진단 근거] 이 일반인의 4배 정도의 수치로 나왔다

- 스트레스 역치가 일반인보다 많이 낮아진 상태였다

- 감정상태가 부정적인 쪽으로 나왔다

 

 

2) 문진 검사

의 : 컴퓨터 검사만으로 이미 공황장애인게 뚜렷해서 문진 검사지는 볼 필요도 없겠네요

나 : 아...ㅇㅋ..

 

공황장애 증상들이 나열되어 있고 최근에 이런걸 느꼈는지 물어보는 문항

어떤 장소 어떤 상황에서 그런 증상이 나왔는지를 물어보는 문항들이었다

25점 이상이면 극도로 불안 상태라는데 나는 뭐.. 41점이 나왔다...

 

 

 

2. 사람마다 증상이 다르다

보통 공황장애는 공포나 불안감을 느끼고 

사람들이 많은 곳(백화점, 대중교통)이나 광장같이 넓은 곳에 가면 무서워서 죽어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든댄다

 

내 문진 검사지를 보던 의사 슨생님이 물었다

의 : 대중교통, 길거리는 (발작을 느낀 곳으로) 체크했는데 광장은 안 했네요. 사람 많은데 가면 안 무서워요?

나 : 네 그냥 짜증나요.

의 : ?

나 : 병원이니까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길가는데 내 앞에 누가 걸리적거리면 가서 죽여버리고 싶어요. 

의 : ㅇㅁㅇ!!!!

나 : 실제로 그렇게 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그냥 글자그대로 제 앞에서 치워서 없애버리고 싶을 뿐이에요.

의 : ㅇㅅㅇ... 본인이 무서워하는 것보단 차라리 다행이네요....

 

 

사람들을 무서워하는 공황장애와 달리

나는 사람들을 제거해버리고 싶은 공황장애인 것이다....

이 글 써서 신고당하면 어떡하지 아니 그렇다고 내가 누군가를 해한 건 아니니까..

 

 

 

3. 치료

공황발작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계의 문제다(의느님 왈)

약을 먹어서 신경계의 이상을 조절해야만 낫는다 

- 에~ 약으로 마음을 어떻게 조절하냐~ 도와줄 뿐이지

- 아니라고 약먹어야 한다고!!!

 

감기 걸린 사람 한테 "니가 의지가 강하면 금방 낫겠지! 얼른 나아!" 하기

= 공황장애 걸린 사람한테 "니가 의지가 약해서 그래! 마음을 강하게 먹어! " 하기

 

감기 걸리면 병원가서 약 처방받아 먹기

= 공황 진단 받으면 병원에서 준 약 잘 받아먹기

 

 

꾸준히 먹는 약이랑 발작이 오면 급할 때 먹으라고 약을 여러가지 처방받았다

 

 

꾸준히 먹는 약은 이거

본가에 며칠 머물렀을 때 아무 생각없이 들고 가서 먹었는데

향정신성-4 이 빨갛고 강렬한 글자를 보고 엄마가 너무 마음아파했다

그러게 왜 이렇게 너무 병자처럼 보이게 하필 또 병에 담아주냐

 

 

 

4. 진료비

제일 많이들 걱정하는게 정신과 진료비일 것 같다.

말도 안 되지만 놀라운 가격! 필라이트!

처음에 컴퓨터 진료비가 비싸서 초진비가 5만원, 이 후 재진비용은 5천원이다.

약은 1주일치에 2000원 2주일치에 3800원을 냈다.

 

"7월부터 정신건강의학과(정신과) 문턱이 낮아졌다" ... 정신과 수가 체계 개편 

... 

정신과 의원급 기관에서 별도 약물처방이나 검사 없이 30분간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상담 중심의 개인정신치료를 받는 경우 본인부담금이 1만1400원에서 7,700원 수준으로 경감된다. 

 

 

 

5. 정신과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들 

1) 정신과 진료 땐 취업 안되지 않나? 

면접 때 그런거 제출하게 하는 곳이면 불법장기매매하는 곳일듯

애초에 그 생각이 먼저 들 정도면 아직 건강하니까  정신과 안 가봐도 될 것 같다병을 고쳐서 취업을 잘 할 생각을 해야지, 그 상태가 지속되면 일상 생활도 불가능한데 취준이고 면접이고 될 리가.
2) 보험 가입 안 되지 않나? ㄴㄴ 됨니다
3) 약 중독되지 않나? 항생제 내성 생길까봐 약 안 먹고 사는 사람만 이 질문을 던져라
4) 번외편 - 별 시덥잖은 미친놈

 정신과 의사들은 얼굴만 봐도 심리를 알아야 하지 않나요? 

“어떻게 오셨느냐”는 질문에 의심에 찬 눈초리로 ‘그건 왜 물어보시죠?’라고 반문했다는 송형석 원장의 환자는 양반이었다.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맞혀보세요”라고 했다는 사례도 나왔다. 이쯤 되면 정신과 의사가 아니라 무속인에게 점을 보러 온 모양새다. 윤병문 원장은 “본인의 상황을 자세하게 알려주시면 더 정확한 진단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다”고 조언했다. 

 

 

 

[커버스토리-‘문턱’ 낮아진 정신과]사람의 마음을 약으로 조절하냐고요? 됩니다, 되고 말고요 (경향신문, 2018-07-14)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7140600035&code=210100&sat_menu=A070#csidxbb971faabbc799db87a938ebf555682 

 

[커버스토리]‘문턱’ 낮아진 정신과…알고 보면 안 무섭답니다 (경향신문, 2018-07-14)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7140600045&code=210100&sat_menu=A070

 

 

 

 

공황장애와 우울증 진단을 받은 석사생이다.

조교장 업무 + 다른 조교 알바 + 수업 3개 + 기타 등등의 여러 일로

쌓인 스트레스가 풀리지 못해 결국 이 꼴이 났다.

일도 일이지만 ,학업도 학업이지만,

나를 협박하고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 어떤 혐오스러운 얼굴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튼.
이건 몇년째 계속 되고 있는 일이니 지금에서야 공황이 오게 된 특정한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1. 원인 ; 연속되는 극심한 스트레스

분명 이전과 다른 자극 요인이 사태를 만든다

내 경우는 조교장 자리를 맡은 것이 도화선에 불을 놓은 격이었다.  내 일은 내가 잘했지만

내가 관리하는 조교들 중에 어떻게 대학 및 대학원을 다니나 싶은 빡대가리 인간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좀 많이 받았다

사고치고 뻔뻔하게 나몰라라 하거나, 수십번을 말해도 못알아먹는 조교들 관리하고 타이르느라 결국 터진거다

 

3-6월 약 120일간 거짓말없이 단하루도 업무연락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심지어 중간에 해외여행도 다녀왔는데 여행지에서도 일했으니 주말?공휴일? 말 다했지

이건 대학원생 조교에 대한 부당한 처우가 아니라

대학원생이라고 뽑아놓은 새끼들이 대가리에 든게 없어서 

내가 그들보단 나은 대학원생이 덤터기를 쓰게 되면서 벌어진 참사다

 

사람에 대한 혐오와 증오가 폭발했다

 

 

 

 

 

 

 

2. 공황장애 증상

 

1교시수업이있어서7시반부터일어나서나와서겨우겨우학교에도착했는데그마저도늦었다

다른사람들은차를타고왔구나나도차있으면좋겠다 아그런데속이왜이렇게안좋지전날오랜만에과음해서그런가보다

교수님은뭐라고하는거야 오늘따라숙취가너무심하군

 

숙취인줄 알고 숙취해소제와 음료수를 사마셨지만, 어지럼증이 가시기는 커녕 더 심해졌다

 

글자가휘어져들어와내귀를통하지않고내몸의윤곽선을따라저기멀리흩어져가버리는것이보인다

자꾸만마른세수를하면서얼굴을쓸어내리게된다 왜그런지는모르겠지만 아일단의자에더이상앉아있을수없다

온몸이가렵고이마에벌레가기어가는것같고 그저난여기에가만히있을수없는상태

 

 

 

 

 

공황장애의 증상으로 매스컴에서 이런것들을 말해왔다

근데 실제로 공포감이나 두려움이 느껴지진 않았다

그래서 공황장애라는 걸 깨닫는데 오래 걸리기도 한듯

 

 

내 상태가 그림과는 좀 비슷했던 것 같다

심장은 원래 겨울되면 쪼오끔 안 좋아서 심장박동이 빨리 뛰길래 요새 건강이 안 좋아졌나보다 하고 넘겼다

건강이 안 좋아진 걸 순순히 받아들이는 그 자리, 대학원생

그래서 공황장애라는 걸 깨닫는데 오래 걸리기도 한듯2

 

 

 

3. 공황장애 지속 

증상이 심해지고 지속되는 시간이 늘어난다

 

< 공황발작 자가기록 및 공황장애가 의심되어서 검색하다가 이런 글이나 읽고있는 방문자를 위한 자가진단 항목 >

- 내가 쓴거임. 전문가가 쓴게 아니니까 맹신하지 마시오

■ 시야각이 270도가 아니라 70-90도 정도로 줄어든다

■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0.5초만에 반응을 못하고 2-3초 지나서 반응한다

■ 이 상황을 버티기가 힘들어서 엄청 집중하는데, 왜 이렇게 얼이 나가있냐는 소리를 듣는다

■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내리기 힘들어진다

■ 대화가 불가능하다. 상대방의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고, 내 입에서 말도 안 나오고, 말을 주고받기가 불가능.

■ 숙취랑 비슷한 증상의 어지러움

■ 꿈 속 세계처럼 감각이 마비된/더뎌지는 다른 세상에 온 것 같다

■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인지적/감각적으로 느껴진다

■ 식은땀이 난다

■ 두 발로 서있다는 것에 대한 감각이 이질적으로 느껴지고, 서있기 힘들어진다

■ 앉아있는 것도 멀쩡하게는 못 한다. 내 몸을 내 의지대로 놀리지 못한다.

■ 어디든지 구석에 가서 쭈그리고 앉아있어야 할 것 같다

■ 심장박동이 크게 들리거나 심장이 빨리 뛴다

■ 펜을 제대로 집을 수 없다

■ 얼굴에 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거나, 얼굴 근육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컨트롤된다. 얼굴을 자꾸 쓸어내린다

■ 내 몸에 대한 감각이 없어지는 와중에 어떤 감각이 느껴지면 너무 크게 느껴진다

    몸이 너무 가려워서 팔다리를 미친듯이 긁다가 온 피부에 빨갛게 피가 맺히고 딱지가 앉았다

    남이 보면 자해한 줄 알았을거야

■ 이 상황을 컴퓨터 끄듯이 끝내버리고 싶어서 죽어버리고 싶다

    정말로 자살할 생각은 없는데, 말 그대로 생물학적으로 지속되는 이 상태를 끄고싶은데 유일한 방법은 죽어버리는 방법일 것 같다

■ 스트레스가 되는 요인을 감지했을 때 이미 늦었다. 공황은 시작되어 있다.

 

 

 

그 외에 동아일보에서 만든 전근대적 그래픽을 찾아서 첨부함... 

그 와중에 2014년 1월 기사 맞냐... 1964년 디자인인줄

 

 

 

증상 발현이 점점 더 잦아지고 심해져서

친구에게 '요새 종종 이래서 답답하다 왜이럴까' 얘기했더니 병원을 가보라고 했다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친구였는데 본인과 같은 증상인것 같다고 했다

 

그때까지도 난 내가 공황장애따위에 걸릴 리 없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멘탈이 강하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살아왔기 때문에 진심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친구가 급할 때 먹으라고 준 약을 먹고 괜찮아지긴했다. 놀랍게도.

약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공황장애라는 사실은 나 자신에게 진 것 같아서 인정하기 싫었지만

다음에 또 그 증상이 오면 이젠 약없이는, 어쩌면 죽으려고 시도할지도 모를 것 같았다

죽고싶어서는 당연히 아니지만 그 상태를 종료하기 위해서 뭔가 위험한 짓을 해버릴 것 같다는 말이다

죽는 것보다야 정신과 한 번 가는게 나으니까

 

 

 

 

2018. 06. 30. 석사 2학기 말.

 

 

 

 

 

돌덩이 딱 하나만 더 가져와서 앞에다 놓으면

이 냇물을 건널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안 된다


정말 다 된 것같은데

마지막 핵심 연결고리 논리가 생각이 안난다


학위논문..

교수님한테 학위논문 주제 상담하러

키워드랑 목차랑 몇개 메모 대강써서 가져갔는데 ㅠㅠㅠ


진짜 증말정말저엉말 답이 안 나오는 구조였다

뭔가 나올 것 같은데, 조금만 방향을 꺾으면 되는데, 그래서 막 방향을 꺾어서 찾아보는데도 안나오는 듯한...

교수님이랑 4시간 반동안 같이 헤매고 시간이 없어서

일단은 컴백홈했다......


난 주제를 어디로든 틀 의지가 있고

교수님도 내 마음을 잘 알고 있지만

이미 잡은 주제가 선행연구가 너무 없거.....

아, 이게 소수학문의 또 다른 비애................



항상 내가 쓰려는 주제는

1. 남이 다 썼다

2. 선행연구가 너무 없어서, 이걸 쓰면 논문이 아니라 소설이 될 것 같다

3. 개소리다


셋 중 하나다 

특이하게도 나는 내 논문 주제에 애착이 없는 사람이다

주변의 원우들을 보면 다들 꼭 이걸 쓰겠다는 주제 정도는 있는 모양이다😍


"아니, 자기 논문에 애착이 없다니?! 자기 학문에 애정이 없는 거 아냐? 그럴거면 대학원 왜 갔어?"







내가 내 논문에 애착을 두지 않는 것은, 이와 같은 사태를 가능한 한 방지하기 위함이다.

애착은 집착이다







1. 석사 주제에 무슨

이 짤은 그냥 웃으라고 만든 게 아니다. 진짜 넘 정확...


특히 나는 "자기는 아는 것이 정말 아무것도 없었음"을 학사 때 미리 알았지만,

석사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서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자기는 아는 것이 정말정말진짜하나도 없었음"을 알았달까






오죽했으면 교수님한테 가서 

"교수님 저 진짜 머리에 든 게 없는데, 뭐,,, 쓸 수 있는게 없을 것 같은데요...." 라고 했다


하지만 난 지도교수님을 잘 만났고

교수님이 고깃덩이를 물어다 주셨다 흐극그극 

이 나이 처먹고 아직도 경제활동을 못하는 가정에서의 나,,,

교수님이 사냥해온 논문감을 엉거주춤 받아먹는 나,,,

둥지를 떠나야하는 나이가 되었음에도 이리저리 눈치보면서 엄마아빠가 물어준 먹이를 받아먹는 동물이 된 것 같다...




난 지금 대학원에서 유교를 전공하는데 본래 사회과학대 출신인지라

#한국사회 #한국사회와 유교 #유교가 정말 한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친것인가

등등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근데 이건 내가 쓸 수가 없다. 실제로 한번 써봤는데 진짜 다시는 펼치기 싫은.. 쓰레기가 나옴..


이런 글을 쓰려면 #철학 #동양철학 #유학 #사회학 #정치학 #역사 #신문방송학? 등등에 통달한 마스터가 되어야한다

내가 저 주제로 뭔갈 써서 + 제대로 인정받으려면 한 최소 50대는 되어야 할듯





쓸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무언갈 꼭 써야겠다고 말할 수 없었다


어차피 석사란 '석사' 그 자체의 의미가 존재하는 학위가 아니라 '박사를 위한 준비단계'에 의미가 있는 신분이다

석사의 학습목표🐣

- 어떤 분야(전공)에 대해 학문적으로 & 논리적으로 탐구하는 방법을 안다

- 어떤 분야(전공)에서 연구되지 않는 분야가 무엇이 남아있는지와 연구의 필요성을 안다

- 어떤 분야(전공)와 관련해 내 주장을 아주 쪼끔 논리적으로 전개할 줄 안다.



그래서 난 내 전공분야의 전공자로서가 아니라 석사생으로서 논문에 대한 집착을 버렸다

나는 이 전공의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는 것으로

이 분야에 대해 논하는 비전공자들 틈에서 무엇이 잘못된 논리인지 어느 정도 짚을 수 있으며

이 분야와 관련한 건에 대해 어떻게 탐구해야하는지 알고

논리적인 글을 한 편 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






요약 :  어차피 석사가 쓸 수 있는 수준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빨리 그 한계를 깨닫고 되도않는 욕심을 버리자😌 









2. 내 전공에 속한 모든 세부전공 분야들이 흥미롭다


"쓸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무언갈 꼭 써야겠다고 말할 수 없었다"

→ 를 다시 말하면

"뭘 쓰더라도 쓸 수는 있을 것 같았다" 가 된다



뭘로 써도 난 내 논문이 사랑스러울 것 같다

공부하면서 이것도 재밌고, 저것도 재밌고, 또 그것도 재밌을 것 같더라



철학과로 얘기하자면 동양철학이 서양철학보다는 좋은데

유교도 도교도 중국불교도 한국불교도 좋은 그런 느낌이랄깡

(나 철학과 아님)





그래도 지도교수님을 골랐으니 교수님한테 맞춰야하는 것도 있고

그 지도교수님을 내가 억지로 고른 것도 아니고 내가 가장 관심있는 분야를 전공하신 분이라 고른 것이었으니까

유교로 쓰겠다고 했고

유교와 현대사회를 결부짓겠다 뭐 그런 거창한 뻘짓거리는 입밖에도 내지 않았다^^




왜냐하면 정말 내 지식 수준은 백지 이기때문.

하얗고 깨끗한 설원.............같은 






이제 막 학문계에 발을 들여놓은 석사생에게 fancy한 주제는 너무 많다



이 등불도 저 등불도 그 등불도 다 매력있고 예쁘고 하나같이 저마다의 색으로 찬란하게 빛난다

그 중에 하나 잡아서 쓰려고 해보면, 이상하다

어느새 불빛이 죽어있다




아직 내가 거기서 불씨를 살려내는 능력이 없는지는 모르고 

계속 다른 등불을 잡아오고 또 불씨를 죽여버리고 반복한다

이걸로 교수님이랑 싸우고 교수님 뒤에서 쌍욕하는 아는 사람도 봤다..

내가 보기엔 니가 멍청한 것 같던데...




난 적어도 내가 멍청하다는 건 안다^^

되도 않는 욕심을 버리고 가만히 기다려보면 내가 감당할 만한 주제가 어떻게든 나에게 온다

(내가 안 찾으면 지도교수님이 찾아줄거야...)

그리고 이제 그걸로 죽을 끓이든 밥을 끓이든 리조또를 해먹든 

그때부터 시작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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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 오늘의 내 책상


프린트된 자료가 너무 많다

진짜 너어어어어무 많다


- 헤엑? 그게 한 학기에 하는 양이라고요? 안 힘들어요?

- 네,,, 공부를 안 하거든요...


프린트가 너무 많다는 핑계로 

OCR로 돌리기 전까지 안 보고 있음^^





제주 4.3을 가지고 스터디그룹을 시작했다 

주제 : #국가폭력, #피해자, #종교적 치유, #기억 공동체 (거창)





현실 - 야 커피빈 맛있네 역시 비싼게 달라

(우리 친구들 초상권은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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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치 타임

밥버거


- 내가 기거하는 건물에서 가게가 아주 가까움

- 혼밥 난이도 EASY

- 내 입맛에 나쁘지 않음

- 빨리 먹을 수 있음

- 궁상의 가시화는 자기 연민으로, 자기 위로로, 다시 자신감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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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이 대학원 생활 3주차에 써졌더라

그리고 오늘은 38주차인데

35주동안 안 쓴 일기를.. #2으로 퉁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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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교 근무 일정을 조교장인 내가 짜주는데, 배당된 장학금 금액, 조교들 개인 사정, 학과 일 등 여러가지를 한번에 고민해서 겨우겨우 근무일정을 짰다.

내가 머리 터지는 대신, 우리 조교들은 아주 편하게 일할 수 있게 체계를 짜놨다.


그런데도 못 알아 처먹는 애들이 있더라. 못알아처먹는 4명에게 방문학습지 선생님 마냥 눈높이 맞춤형 교육을 해줬다. 

- E씨, 오늘 2교시 왜 근무안했어요~? ^^

- L씨, 왜 매일 지각해서 교수님한테 제가 혼나게 했죠?^^

- S씨, 자 아직도 이해가 안돼요? S씨는 화요일 목요일 5교시에 여기가면 돼요.


물론 빡대가리F4의 구준표는 조교 J씨다. (이 당시만 해도 학기초라서 못알아먹는 애들이 넷이나 있었지만, 사실 지금은 J씨 원톱 체제다.)

J씨에게는 눈높이 선생님 + 방과 후 특별 지도 + 나머지반 학생들 가르치듯이 하나하나 일러줬다. 과장없이 13번을 가르쳐줬다. 

시이발 내가 조교장을 하는 건지 초등학교 교생실습 나가있는건지 헷갈리더라. 

내가 빡머갈통 애새끼 과외 맡아서 영어 8등급을 1등급으로 끌어올린 가르치기 능력자인데도 J씨의 모지람은 감당할 수 없는 태산(泰山)과 하해(河海)와도 같았다.


우리학교는 조교들이 강의실 뒤에 멀찍이 서서 출석체크를 한다. 

대학원생이나 학부생 중 고학년이 조교를 할 수 있다.

학부생 조교들은 본인이 늘 그렇게 수업들어왔으니까, 어떻게 자기가 조교해야하는지 딱히 별말안해도 조교OT한번 하고 매뉴얼 하나 보내주니까(떡밥) 잘 하더라.


놀라운것은 J씨 역시 동대학원에 진학한 거라, 이 학교 학부 출신이다.

- 자, J씨, 오늘 출석체크가 몇 시, 몇 시에 있죠?

- 어우우우움,,, 3시?

- 아니에요. 2시, 4시 두번 있잖아요.

- 아 맞다!


처 맞아라


- 자 그럼 출첵갈 때 뭐 챙겨서 가야하죠?

- 어우우우우움, 출석표!

- 그렇지! 잘했어요. 그리고 마이크도 챙겨야지요

- 아아! 마이크! 알아!

- 그래요 잘 부탁해요.


(이 대화에는 과장된 부분이 1도 없습)



4시 10분에 전화가 왔다

- J씨, 저 지금 알바중이라서 전화 못 받ㄴ

- A야!! 큰일났어!! 아무도 출석표를 안가지고 왔어!

- 무슨 소리에요. 거기 근무들어가는 사람 J씨 한 명뿐인데 누가 뭘 갖고 가요?

- 뭐라고? 나 밖에 없어?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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