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하게도 나는 내 논문 주제에 애착이 없는 사람이다

주변의 원우들을 보면 다들 꼭 이걸 쓰겠다는 주제 정도는 있는 모양이다😍


"아니, 자기 논문에 애착이 없다니?! 자기 학문에 애정이 없는 거 아냐? 그럴거면 대학원 왜 갔어?"







내가 내 논문에 애착을 두지 않는 것은, 이와 같은 사태를 가능한 한 방지하기 위함이다.

애착은 집착이다







1. 석사 주제에 무슨

이 짤은 그냥 웃으라고 만든 게 아니다. 진짜 넘 정확...


특히 나는 "자기는 아는 것이 정말 아무것도 없었음"을 학사 때 미리 알았지만,

석사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서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자기는 아는 것이 정말정말진짜하나도 없었음"을 알았달까






오죽했으면 교수님한테 가서 

"교수님 저 진짜 머리에 든 게 없는데, 뭐,,, 쓸 수 있는게 없을 것 같은데요...." 라고 했다


하지만 난 지도교수님을 잘 만났고

교수님이 고깃덩이를 물어다 주셨다 흐극그극 

이 나이 처먹고 아직도 경제활동을 못하는 가정에서의 나,,,

교수님이 사냥해온 논문감을 엉거주춤 받아먹는 나,,,

둥지를 떠나야하는 나이가 되었음에도 이리저리 눈치보면서 엄마아빠가 물어준 먹이를 받아먹는 동물이 된 것 같다...




난 지금 대학원에서 유교를 전공하는데 본래 사회과학대 출신인지라

#한국사회 #한국사회와 유교 #유교가 정말 한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친것인가

등등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근데 이건 내가 쓸 수가 없다. 실제로 한번 써봤는데 진짜 다시는 펼치기 싫은.. 쓰레기가 나옴..


이런 글을 쓰려면 #철학 #동양철학 #유학 #사회학 #정치학 #역사 #신문방송학? 등등에 통달한 마스터가 되어야한다

내가 저 주제로 뭔갈 써서 + 제대로 인정받으려면 한 최소 50대는 되어야 할듯





쓸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무언갈 꼭 써야겠다고 말할 수 없었다


어차피 석사란 '석사' 그 자체의 의미가 존재하는 학위가 아니라 '박사를 위한 준비단계'에 의미가 있는 신분이다

석사의 학습목표🐣

- 어떤 분야(전공)에 대해 학문적으로 & 논리적으로 탐구하는 방법을 안다

- 어떤 분야(전공)에서 연구되지 않는 분야가 무엇이 남아있는지와 연구의 필요성을 안다

- 어떤 분야(전공)와 관련해 내 주장을 아주 쪼끔 논리적으로 전개할 줄 안다.



그래서 난 내 전공분야의 전공자로서가 아니라 석사생으로서 논문에 대한 집착을 버렸다

나는 이 전공의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는 것으로

이 분야에 대해 논하는 비전공자들 틈에서 무엇이 잘못된 논리인지 어느 정도 짚을 수 있으며

이 분야와 관련한 건에 대해 어떻게 탐구해야하는지 알고

논리적인 글을 한 편 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






요약 :  어차피 석사가 쓸 수 있는 수준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빨리 그 한계를 깨닫고 되도않는 욕심을 버리자😌 









2. 내 전공에 속한 모든 세부전공 분야들이 흥미롭다


"쓸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무언갈 꼭 써야겠다고 말할 수 없었다"

→ 를 다시 말하면

"뭘 쓰더라도 쓸 수는 있을 것 같았다" 가 된다



뭘로 써도 난 내 논문이 사랑스러울 것 같다

공부하면서 이것도 재밌고, 저것도 재밌고, 또 그것도 재밌을 것 같더라



철학과로 얘기하자면 동양철학이 서양철학보다는 좋은데

유교도 도교도 중국불교도 한국불교도 좋은 그런 느낌이랄깡

(나 철학과 아님)





그래도 지도교수님을 골랐으니 교수님한테 맞춰야하는 것도 있고

그 지도교수님을 내가 억지로 고른 것도 아니고 내가 가장 관심있는 분야를 전공하신 분이라 고른 것이었으니까

유교로 쓰겠다고 했고

유교와 현대사회를 결부짓겠다 뭐 그런 거창한 뻘짓거리는 입밖에도 내지 않았다^^




왜냐하면 정말 내 지식 수준은 백지 이기때문.

하얗고 깨끗한 설원.............같은 






이제 막 학문계에 발을 들여놓은 석사생에게 fancy한 주제는 너무 많다



이 등불도 저 등불도 그 등불도 다 매력있고 예쁘고 하나같이 저마다의 색으로 찬란하게 빛난다

그 중에 하나 잡아서 쓰려고 해보면, 이상하다

어느새 불빛이 죽어있다




아직 내가 거기서 불씨를 살려내는 능력이 없는지는 모르고 

계속 다른 등불을 잡아오고 또 불씨를 죽여버리고 반복한다

이걸로 교수님이랑 싸우고 교수님 뒤에서 쌍욕하는 아는 사람도 봤다..

내가 보기엔 니가 멍청한 것 같던데...




난 적어도 내가 멍청하다는 건 안다^^

되도 않는 욕심을 버리고 가만히 기다려보면 내가 감당할 만한 주제가 어떻게든 나에게 온다

(내가 안 찾으면 지도교수님이 찾아줄거야...)

그리고 이제 그걸로 죽을 끓이든 밥을 끓이든 리조또를 해먹든 

그때부터 시작인거다



'[대학원] 생명끈과 가방끈' 카테고리의 다른 글

#5 대학원 생활 47주차  (0) 2018.07.25
#4 대학원 생활 46주차  (0) 2018.07.22
연구실 18-05-26  (0) 2018.05.26
밥버거  (0) 2018.05.26
#3 대학원 생활 38주차  (0) 2018.05.2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