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속에 오전은 없다. 정오가 조금 지나 잠에서 깨어도 죄책감이 들지 않는다. 다리를 조금만 뻗어 부엌에서 뭔갈 볶아낸다. 조그마한 상을 마련해야겠다. 바닥에 앉아 밥을 먹으려니 주워먹는 기분이다.
걷기를 귀찮아하는 내가 편한 운동화를 꺼내 신는다. 마포 대교에 아련보다 매연이 많다. 너무 많이 걸어갔다. 되돌아오는 길이 길다. 이를 악물고 끝내 다 걸어온다. 후회하지 않는다. 다음엔 얼마나 걸어가야 하는지 알 수 있으니까. 다음에 올 땐 마스크랑 같이 걸을 사람을 끼고 오는 걸로. (아님 이어폰. 셋 다 끼는 건 마찬가지구나.)
어둠이 내린 뒤에 집에 돌아올 때, 자동 센서로 현관등이 켜지는 건 참 다행스럽다. 우리 아빠가 그랬다. 혼자 살 때 제일 서글퍼지는 건,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와서 혼자 벽을 더듬어 불을 켤 때라고. 그리고 우리 엄마는 집에서 불을 켜고 아빠를 기다리기 위해 결혼을 했다. 나는 아빠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고 엄마를 어머니라고 부르지 않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엄마에게 안부 전화를 하려다가 주무신다고 거절당했다. 내일 전화받을 엄마가 있어서 다행이다.
(우리 엄마는 자면서 카톡하는 능력자인가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긴 사탕베개를 다리에 감고 온몸으로 꼭 껴안는다. 그러다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게 되면 뇌가 몸에게 말한다. “잘자”
내일도 무사히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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