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한테 학위논문 주제 상담하러

키워드랑 목차랑 몇개 메모 대강써서 가져갔는데 ㅠㅠㅠ


진짜 증말정말저엉말 답이 안 나오는 구조였다

뭔가 나올 것 같은데, 조금만 방향을 꺾으면 되는데, 그래서 막 방향을 꺾어서 찾아보는데도 안나오는 듯한...

교수님이랑 4시간 반동안 같이 헤매고 시간이 없어서

일단은 컴백홈했다......


난 주제를 어디로든 틀 의지가 있고

교수님도 내 마음을 잘 알고 있지만

이미 잡은 주제가 선행연구가 너무 없거.....

아, 이게 소수학문의 또 다른 비애................



항상 내가 쓰려는 주제는

1. 남이 다 썼다

2. 선행연구가 너무 없어서, 이걸 쓰면 논문이 아니라 소설이 될 것 같다

3. 개소리다


셋 중 하나다 

특이하게도 나는 내 논문 주제에 애착이 없는 사람이다

주변의 원우들을 보면 다들 꼭 이걸 쓰겠다는 주제 정도는 있는 모양이다😍


"아니, 자기 논문에 애착이 없다니?! 자기 학문에 애정이 없는 거 아냐? 그럴거면 대학원 왜 갔어?"







내가 내 논문에 애착을 두지 않는 것은, 이와 같은 사태를 가능한 한 방지하기 위함이다.

애착은 집착이다







1. 석사 주제에 무슨

이 짤은 그냥 웃으라고 만든 게 아니다. 진짜 넘 정확...


특히 나는 "자기는 아는 것이 정말 아무것도 없었음"을 학사 때 미리 알았지만,

석사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서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자기는 아는 것이 정말정말진짜하나도 없었음"을 알았달까






오죽했으면 교수님한테 가서 

"교수님 저 진짜 머리에 든 게 없는데, 뭐,,, 쓸 수 있는게 없을 것 같은데요...." 라고 했다


하지만 난 지도교수님을 잘 만났고

교수님이 고깃덩이를 물어다 주셨다 흐극그극 

이 나이 처먹고 아직도 경제활동을 못하는 가정에서의 나,,,

교수님이 사냥해온 논문감을 엉거주춤 받아먹는 나,,,

둥지를 떠나야하는 나이가 되었음에도 이리저리 눈치보면서 엄마아빠가 물어준 먹이를 받아먹는 동물이 된 것 같다...




난 지금 대학원에서 유교를 전공하는데 본래 사회과학대 출신인지라

#한국사회 #한국사회와 유교 #유교가 정말 한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친것인가

등등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근데 이건 내가 쓸 수가 없다. 실제로 한번 써봤는데 진짜 다시는 펼치기 싫은.. 쓰레기가 나옴..


이런 글을 쓰려면 #철학 #동양철학 #유학 #사회학 #정치학 #역사 #신문방송학? 등등에 통달한 마스터가 되어야한다

내가 저 주제로 뭔갈 써서 + 제대로 인정받으려면 한 최소 50대는 되어야 할듯





쓸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무언갈 꼭 써야겠다고 말할 수 없었다


어차피 석사란 '석사' 그 자체의 의미가 존재하는 학위가 아니라 '박사를 위한 준비단계'에 의미가 있는 신분이다

석사의 학습목표🐣

- 어떤 분야(전공)에 대해 학문적으로 & 논리적으로 탐구하는 방법을 안다

- 어떤 분야(전공)에서 연구되지 않는 분야가 무엇이 남아있는지와 연구의 필요성을 안다

- 어떤 분야(전공)와 관련해 내 주장을 아주 쪼끔 논리적으로 전개할 줄 안다.



그래서 난 내 전공분야의 전공자로서가 아니라 석사생으로서 논문에 대한 집착을 버렸다

나는 이 전공의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는 것으로

이 분야에 대해 논하는 비전공자들 틈에서 무엇이 잘못된 논리인지 어느 정도 짚을 수 있으며

이 분야와 관련한 건에 대해 어떻게 탐구해야하는지 알고

논리적인 글을 한 편 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






요약 :  어차피 석사가 쓸 수 있는 수준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빨리 그 한계를 깨닫고 되도않는 욕심을 버리자😌 









2. 내 전공에 속한 모든 세부전공 분야들이 흥미롭다


"쓸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무언갈 꼭 써야겠다고 말할 수 없었다"

→ 를 다시 말하면

"뭘 쓰더라도 쓸 수는 있을 것 같았다" 가 된다



뭘로 써도 난 내 논문이 사랑스러울 것 같다

공부하면서 이것도 재밌고, 저것도 재밌고, 또 그것도 재밌을 것 같더라



철학과로 얘기하자면 동양철학이 서양철학보다는 좋은데

유교도 도교도 중국불교도 한국불교도 좋은 그런 느낌이랄깡

(나 철학과 아님)





그래도 지도교수님을 골랐으니 교수님한테 맞춰야하는 것도 있고

그 지도교수님을 내가 억지로 고른 것도 아니고 내가 가장 관심있는 분야를 전공하신 분이라 고른 것이었으니까

유교로 쓰겠다고 했고

유교와 현대사회를 결부짓겠다 뭐 그런 거창한 뻘짓거리는 입밖에도 내지 않았다^^




왜냐하면 정말 내 지식 수준은 백지 이기때문.

하얗고 깨끗한 설원.............같은 






이제 막 학문계에 발을 들여놓은 석사생에게 fancy한 주제는 너무 많다



이 등불도 저 등불도 그 등불도 다 매력있고 예쁘고 하나같이 저마다의 색으로 찬란하게 빛난다

그 중에 하나 잡아서 쓰려고 해보면, 이상하다

어느새 불빛이 죽어있다




아직 내가 거기서 불씨를 살려내는 능력이 없는지는 모르고 

계속 다른 등불을 잡아오고 또 불씨를 죽여버리고 반복한다

이걸로 교수님이랑 싸우고 교수님 뒤에서 쌍욕하는 아는 사람도 봤다..

내가 보기엔 니가 멍청한 것 같던데...




난 적어도 내가 멍청하다는 건 안다^^

되도 않는 욕심을 버리고 가만히 기다려보면 내가 감당할 만한 주제가 어떻게든 나에게 온다

(내가 안 찾으면 지도교수님이 찾아줄거야...)

그리고 이제 그걸로 죽을 끓이든 밥을 끓이든 리조또를 해먹든 

그때부터 시작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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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자유” 서울광장 가득 채운 무지개 깃발


(한겨레, 2018-07-14)

‘서울퀴어문화축제’ 주최쪽 추산 6만여명 동참
소수자단체·국가인권위·대사관 등 105개 부스 마련
인근에선 축제반대 개신교 단체들 맞불집회도



서울시청 앞 광장이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빛으로 물들었다. 무지개빛 깃발을 들고, 무지개빛 망토를 두르고, 무지개빛 옷를 입은 시민 6만여명(주최쪽 추산)이 모인 것이다. 국내 최대 성소수자 축제인 ‘서울퀴어문화축제’에 모인 인파다.


성소수자의 축제인 ‘서울퀴어문화축제’가 14일 낮부터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2000년에 처음 시작된 이후 올해로 19회를 맞는 이번 축제의 슬로건은 ‘퀴어라운드(Queeround)’였다. ‘퀴어’와 ‘어라운드’의 합성어인 ‘퀴어라운드’는 ‘당신 주변에는 늘 성소수자가 있다’는 뜻을 담았다. 이날 행사를 진행한 홀릭(활동명)은 “세상에 없는 사람처럼 이야기되지만 (우리가) 어디에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미 대사관에서 나옴...!






우리나라 불교 교파 가운데 가장 신자가 많은, 한마디로 '원톱' 조계종에서도 나오셨다.

불교계에서도 부스를 차렸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부스에서 연꽃을 만들어 나눠줬다. 조계종의 시경 스님은 “진흙 가운데서 피어나는 연꽃은 어지러운 세상에서도 맑게 피어나는 부처님의 자비를 뜻한다. 성소수자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차별에 물들지 말고 맑게 피어나라는 의미로 마련한 행사”라고 말했다.



(그래 그렇게 평생 바닥에 있으렴 너넨...)

이 날 축제가 벌어진 서울시청 앞 광장 주변에서는 퀴어문화축제에 반대하는 일부 개신교 단체들이 맞불집회를 벌였다. 하지만 광장에서는 성소수자에 연대의 뜻을 표시한 종교단체 여럿이 축제에 참여했다. 매년 부스를 차리고 축제에 참여하고 있다는 한국 최초의 성소수자 교회 ‘로뎀나무그늘교회’의 박진영 담임목사는 “혐오발언으로 힘들어하는 성소수자 교인들이 많은데 이들에게 하나님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신다는 목소리를 전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 담임목사는 개신교내 동성애 반대 목소리에 대해 “성소수자에 대해 잘 몰라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라 본다. 저희는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 범종교계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불교와 개신교, 가톨릭, 원불교 등 4대 종교 시민단체들이 28일 서울광장에서 진행될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에 동참해 ‘평화의 인간 띠잇기’ 행사를 진행한다. 이들은 23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힌 뒤 "일부 보수 종교단체들의 퀴어문화축제 중단 요구와 직권취소 요구는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양한웅 조계종 노동위원장, 전준호 대한불교청년회장, 박상진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그물코팀장, 임보라 섬돌향린교회 목사, 자캐오 성공회 신부(길찾는교회) 등이 참석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437&aid=0000186530

2018년 7월 10일 워마드에 성체 훼손 사진이 올라와서 논란이 일었다.


성체는 축성된 빵의 형상으로, 천주교에서는 현존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으로 받아들여 공경하고 있는 대상이다. 그런데 한 워마드 회원이 성체에 욕설이 섞인 낙서를 하고 불로 태워서 훼손한 듯한 사진을 이 사이트에 올린 것. 게시자는 "천주교는 지금도 여자는 사제를 못 하게 하고, 낙태죄 폐지도 절대 안된다고 한다" "천주교를 존중해줘야 할 이유가 어딨냐" 이런 글을 함께 올렸다.




천주교주교회의가 어제 입장문을 발표했는데요. "한 개인의 도를 넘은 일탈이라 하더라도 천주교 신자들뿐 아니라 종교적 가치를 소중하게 여겨온 다른 종교인들에게도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엄청나고 심각한 충격을 안겨 주었다",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고 주장하는 것은 자유롭게 허용되지만, 그것이 보편적인 상식과 공동선에 어긋나는 사회악이라면 마땅히 비판받아야 하고, 법적인 처벌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천주교주교회의는 이 문제를 교황청에 알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제 워마드에는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여성주의의 정신과 합당한 주장은 사라지고, 

여성이 아닌 것들에 대한 혐오만 남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워마드에 성체뿐 아니라 이번에는 성당 방화를 예고 하는 글이 등장했습니다. 제목에는 "7월 15일 ㅂㅅ시 ㄱㅈ성당에 불지른다" 이렇게 돼 있고요,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사진이 올라와있습니다. "천주교와 전면전 선포하겠다", "임신중절 합법화가 될 때까지 매주 일요일에 성당 하나를 불태우겠다" 이런 글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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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 오늘의 내 책상


프린트된 자료가 너무 많다

진짜 너어어어어무 많다


- 헤엑? 그게 한 학기에 하는 양이라고요? 안 힘들어요?

- 네,,, 공부를 안 하거든요...


프린트가 너무 많다는 핑계로 

OCR로 돌리기 전까지 안 보고 있음^^





제주 4.3을 가지고 스터디그룹을 시작했다 

주제 : #국가폭력, #피해자, #종교적 치유, #기억 공동체 (거창)





현실 - 야 커피빈 맛있네 역시 비싼게 달라

(우리 친구들 초상권은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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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치 타임

밥버거


- 내가 기거하는 건물에서 가게가 아주 가까움

- 혼밥 난이도 EASY

- 내 입맛에 나쁘지 않음

- 빨리 먹을 수 있음

- 궁상의 가시화는 자기 연민으로, 자기 위로로, 다시 자신감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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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이 대학원 생활 3주차에 써졌더라

그리고 오늘은 38주차인데

35주동안 안 쓴 일기를.. #2으로 퉁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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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교 근무 일정을 조교장인 내가 짜주는데, 배당된 장학금 금액, 조교들 개인 사정, 학과 일 등 여러가지를 한번에 고민해서 겨우겨우 근무일정을 짰다.

내가 머리 터지는 대신, 우리 조교들은 아주 편하게 일할 수 있게 체계를 짜놨다.


그런데도 못 알아 처먹는 애들이 있더라. 못알아처먹는 4명에게 방문학습지 선생님 마냥 눈높이 맞춤형 교육을 해줬다. 

- E씨, 오늘 2교시 왜 근무안했어요~? ^^

- L씨, 왜 매일 지각해서 교수님한테 제가 혼나게 했죠?^^

- S씨, 자 아직도 이해가 안돼요? S씨는 화요일 목요일 5교시에 여기가면 돼요.


물론 빡대가리F4의 구준표는 조교 J씨다. (이 당시만 해도 학기초라서 못알아먹는 애들이 넷이나 있었지만, 사실 지금은 J씨 원톱 체제다.)

J씨에게는 눈높이 선생님 + 방과 후 특별 지도 + 나머지반 학생들 가르치듯이 하나하나 일러줬다. 과장없이 13번을 가르쳐줬다. 

시이발 내가 조교장을 하는 건지 초등학교 교생실습 나가있는건지 헷갈리더라. 

내가 빡머갈통 애새끼 과외 맡아서 영어 8등급을 1등급으로 끌어올린 가르치기 능력자인데도 J씨의 모지람은 감당할 수 없는 태산(泰山)과 하해(河海)와도 같았다.


우리학교는 조교들이 강의실 뒤에 멀찍이 서서 출석체크를 한다. 

대학원생이나 학부생 중 고학년이 조교를 할 수 있다.

학부생 조교들은 본인이 늘 그렇게 수업들어왔으니까, 어떻게 자기가 조교해야하는지 딱히 별말안해도 조교OT한번 하고 매뉴얼 하나 보내주니까(떡밥) 잘 하더라.


놀라운것은 J씨 역시 동대학원에 진학한 거라, 이 학교 학부 출신이다.

- 자, J씨, 오늘 출석체크가 몇 시, 몇 시에 있죠?

- 어우우우움,,, 3시?

- 아니에요. 2시, 4시 두번 있잖아요.

- 아 맞다!


처 맞아라


- 자 그럼 출첵갈 때 뭐 챙겨서 가야하죠?

- 어우우우우움, 출석표!

- 그렇지! 잘했어요. 그리고 마이크도 챙겨야지요

- 아아! 마이크! 알아!

- 그래요 잘 부탁해요.


(이 대화에는 과장된 부분이 1도 없습)



4시 10분에 전화가 왔다

- J씨, 저 지금 알바중이라서 전화 못 받ㄴ

- A야!! 큰일났어!! 아무도 출석표를 안가지고 왔어!

- 무슨 소리에요. 거기 근무들어가는 사람 J씨 한 명뿐인데 누가 뭘 갖고 가요?

- 뭐라고? 나 밖에 없어?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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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교 J씨는 진짜 나이를 뭐로 처먹은건지 스무살보다 서른에 가까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말귀를 처 못알아먹고 맨날 실수만 연발한다.

이 쯤되면 오히려 사고안치고 무사히 넘어가는 날이 실수일듯 싶을 정도다.

- 사람이 실수 좀 할수도 있지, 말을 왜 그렇게 해. 

아니 듣다보면  

- 사람이 실수를 뭘 그렇게 해, 걔는 왜 살아.

라고 하게 될 것 같다. 존나 억울해서 아카이빙하는 조교 J씨 썰이다.

————————————————————————————————————————————————

나는 조교장이고 J씨는 내가 관리해야하는 16명의 조교 중 한 명이자 원래부터 알던 지인이다.

J씨는 무엇이든 흔쾌히 수락하는 쾌인(快人)이고, "응응~ 그래그래~ 그렇게할게"가 그의 18번이다.

대학원생으로 진학한 J씨는 한학기 먼저 대학원 생활을 치른 나에게 교내에 여러가지 알바할만한 곳과 장학금을 얻는 방법을 물어보았다.

하루에 3번씩 두 달 동안 시발.

그 중에 솔직히 말해서 1주일에 5일 정도 연락했으니까 한 120번밖에 안 물어봤네. 


돈이 모자라서 알바를 두개 지원한다고 하길래, 나는 또 아는 사람이니까 신경써서 알아봐줬다.

- J씨, A알바와 B알바는 병행이 안 돼요. 차라리 A알바랑 C알바를 해요.

- 엥? 아니야~ 내가 알아봤는데 아마 A, B 둘 다 할 수 있을걸?

- 아니야. 그럴리가 없어요. 나중에 일 꼬여서 후회하고 다 놓치지 말고 그냥 지금 내말들어요.

- 헐 그래? 어떡하지..


저 대화는 한 28번 했다. 약 서른 번 말했으면 알아들었겠지 싶었다.


개강하고나서 J씨가 울먹이면서 전화가 왔다.

- A야, 나 어떡해? A랑 B 병행하면 안된대ㅠㅠㅠㅠ

- ? 내가 그거 안된다고 했잖아요

- 아 정말? 난 몰랐지.

- ? 

난 몰랐지 난 몰랐지 난 몰랐지 난 몰랐지 난 몰랐지 난 몰랐지 난 몰랐지 난 몰랐지 난 몰랐지 난 몰랐지 난 몰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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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비행기 태워준다'


전통인 것 마냥 내려오는 속담 비스무레한 헛소리다. 

효도하는 딸과 짝을 이루는 것은 불효하는 아들이다. "아들 자식 키워봐야 소용없다더니"


내가 우리 부모 비행기를 태워주려고 하는 것은 내가 딸이어서가 아니다.

이 집안에 자식 새끼 둘을 낳아놨는데, 내가 동생보다 공부도 잘하고 향후 경제력이 더 있을 예정이며, 맏이로서의 책임감이 있어서다. 

그런데도 동생이 아들놈이었으면, 억울했을 것 같다. 우리 엄마아빠가 아들과 딸을 어떻게 차별을 두고 키웠을진 모르겠지만,

비행기는 딸이 태워준다는 터무늬없는 명제가 공고해지는 데에 의도치 않은 공헌을 할까봐 두려웠을테다. 

그런 듣기 싫은 문장이 한 세대라도 더 거쳐내려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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